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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친 영화? 궁금해 미쳐 풍문 잠재울 `호프`가 온다

313 0 06.30 02:12
"이 영화를 만드는 내내, 저는 피에 굶주려 있었습니다"

나홍진 감독 스스로 '피를 갈망'하게 만든 그 영화와 드디어, 곧, 만난다.

공개 된 콘텐트보다 풍문이 더 많이 쏟아지는 영화, 그 풍문을 결국 최종 완성본으로 잠재울 영화, 화제성과 스타성은 타고난 듯한 영화 '호프(나홍진 감독)'가 본격적인 개봉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현지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딱 2개월 만에 한국 관객들 앞에 베일을 벗는 것. 6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 최초 상영되는 '호프'는 13일 VIP 시사회, 15일 공식 개봉까지 순차 타임라인을 확정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 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한국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과 함께, 외계인 역으로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국내 제작 단일 영화로는 최고 제작비가 투입됐다.


한국 영화계의 사활이 걸렸다 할 만큼 예의 주시하게 만든 투자 비용과 그에 따른 역대급 사이즈는 '호프'에 대한 다채로운 풍문을 불러 일으킨 주범이다.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은 제작비는 400억 대에서 500억 대, 700억 대까지 훌쩍 뛰었고, 손익분기점도 1000만 명에서 2000만 명까지 수직 상승했다. 폭등한 수치만 보면 삼닉스 주가가 따로 없다. 긍·부정도 하지 않은 채 후반 작업에만 매진했던 나홍진 감독은 칸에 당도해서야 "어불성설이다"라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물론 이는 감출 때까지 꽁꽁 감추려 노력한 작품 자체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관심이기도 했다. 나홍진 감독의 진두지휘 하에 신비주의 콘셉트를 꽤 오랜기간 유지한 '호프'였기에 칸 상영 이후에는 그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릴까 싶었지만, 정작 전해진 현지 첫 반응은 "내가 지금 뭘 본거야?". 기다리던 이들의 혼란은 가중됐고, 기깔나게 뽑힌 오프닝부터 1시간, 호불호 갈리는 후반부에 대한 공통 후기는 어쩔 수 없는 우려의 크기를 더 키웠다.

한 가지 청신호는 이 같은 분위기가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 나올 땐 늘상 펼쳐졌다는 것. 개봉을 1년이나 미뤄버렸던 '곡성'에 대해서는 '이런 고어물이 세상에 나와도 되냐'는 시선이 팽배했는데, 누구도 믿지 못하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아쿠마의 이야기에 그저 홀렸던 첫 시사회 때의 공기와 소름돋게 짜릿했던 영화적 경험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호프' 역시 예비 관객들에게 내가 직접 봐야 하는 영화로 자리매김한건 확실해 보인다.


실제로 최종 수상은 불발됐지만, '호프'는 올해 칸영화제 분위기를 분명히 뒤바꾼 경쟁 진출작으로 영화제 기간내내 숱한 영화인들 입에서 오르내렸다. 그리고 나홍진 감독은 영화에 필요한 내용들만 쏙쏙 수집해 개봉까지 주어진 2개월의 시간동안 추가 후반 작업에 '미(美)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센세이션했던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부터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이어진 나홍진 감독과 그의 작품에 대한 무한 신뢰가 '호프'로 방점을 찍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호프'는 전작들의 대척점에 있다고 봐도 무방해 또 새로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현실에 SF 판타지를 접목시켰고, 국내 관객들과는 그닥 친밀하지 못한 외계인을 등판시켰다. 심지어 살짝 소개된 낯선 외계인들의 정체는 황후, 전사, 시녀, 하층민이다. 2017년 서울, 작은 식당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한 사람의 이미지에서 첫 아이디어를 떠올린 나홍진 감독이 2018년 초고를 쓰고 2026년 내놓게 된 영화에 뭘 담아낸 것인지, 관람 포기 선택지는 없다.



맛보기로 공개 된 스틸, 영상만 봐도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지만 정작 나홍진 감독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이 영화가 지나치게 착하다고 생각했다"며 "영화 속 어떤 인물도 악의적인 의도로 행동하지 않는데,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가 그것이었다. 어떤 일에도 본질적으로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순수한 행동들이 쌓여 비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흡사 휴먼 드라마를 만든 듯한 설명을 곁들였다.

더불어 중요했던건 바로 긴장을 풀어주는 웃음 포인트.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고, 진심으로 깊이 고민해 배치했다"는 나홍진 감독은 "의도한 대로 나올 때 큰 기쁨을 느끼는데 여러 장면에 이를 반영하려고 했다"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이 이야기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이해를 구하지는 않는다. 그저 관객들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느끼고,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홍진 월드에 입성해 그의 세계관을 직접 그려낸 배우들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는 '호프'를 관람하는 관객들만이 얻을 수 있는 시각적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0분에 꾹꾹 눌러 담은 러닝타임으로 돈도 시간도 아낌없이 역대급으로 쏟아부은 나홍진 감독과 '호프'의 운명이 9부 능선을 넘어 완전히 깨어날 시간. "나는 영웅을 믿는다. '호프'가 보여주듯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나홍진 감독이 '본 적 없는' 일생일대 작품으로 한국 영화계 영웅의 경계선을 야무지게 밟아 오를지, 온갖 풍문에도 결코 기대를 놓고 싶지 않은 설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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